▲ 연습 중에 얻은 용기 "대본 외우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어요. 대본이 너무 많아서, 대본 외우느라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었죠. 나중에 동선까지 같이 맞추는데, 너무 헷갈리고 '멍'해졌죠. 일주일 연습하면 수요일까지 잘하다가 목요일쯤 그게 꼭 오더라고요. 연습하면서 자괴감도 많이 들었는데 그때마다 박소영 연출이 좌절하지 않게끔 '잘 하고 있다'라고 용기를 줬어요. 좌절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은 작품이고, 연출도 이 작품 외적으로 힘든 게 많은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제게 힘이 많이 됐어요." ⓒ 곽우신
피츠윌리엄 다아시. 혈통으로는 백작 가문과 이어져 있고, 재력으로는 1년 수입이 4만 파운드나 되는 남자. 장미전쟁 이후 몇 남지 않은 '진짜' 귀족들을 제외하면, 19세기 영국의 상류 계급이었던 젠트리(Gentry) 내에서도 그는 비교 대상이 드문 존재였다. 그는 사실상 귀족이나 다름없는, 명백한 지배 계급의 일원이었다. 키도 크고 잘생기기까지 한 최고의 신랑감이었다.
물론 그렇다고 해서 엘리자베스(리지) 베넷이 별 볼 일 없는 여자라는 뜻은 아니다. 밝고, 활달하고, 똑똑한 리지는 미스터 베넷의 자랑이다. 하지만 당시의 결혼은 부와 지위, 명예를 위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다. 그 사람 내면의 아름다움, 인격의 성숙함, 당사자들 간의 감정적 교류 등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였다.